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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욕구의 심리학 ‘망각’과 트라우마의 관계

by 행복심리 2025. 5. 15.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기억만은 지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상처가 되었던 경험이나 충격적인 사건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억을 지우고 싶어할까요? 이 글에서는 ‘망각’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과 트라우마가 인간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기억을 지우고 싶어할까?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욕구는 보통 극심한 감정적 고통이나 후회, 수치심, 트라우마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심리적인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게 만듭니다. 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도 언급되듯,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압하려는 심리적 기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망각은 뇌의 자기 보호 기능이다

많은 사람들이 망각을 단순히 ‘기억력의 결함’으로 보지만, 실제로 망각은 뇌의 필수적인 자기 보호 메커니즘입니다. 우리가 모든 정보를 기억한다면 뇌는 과부하 상태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특히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망각은 뇌가 자극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와 기억: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기억과는 다르게 뇌에 깊게 각인됩니다. 특히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해마가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충격적인 사건은 장기기억으로 강하게 저장됩니다. 이로 인해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정 장면, 소리, 냄새 등을 통해 과거의 고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 과학적 시도와 한계

기억을 조작하거나 지우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신경과학에서는 특정 약물이나 심리치료를 통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재구성’하거나 감정을 둔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한 ‘기억 삭제’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지우기보다는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방식의 치료를 권장합니다.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 심리적 회복 탄력성

기억을 지우는 대신, 그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회복의 열쇠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 부르며, 트라우마를 겪고도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EMDR(안구운동 탈감작 및 재처리), 인지행동치료(CBT), 내러티브 테라피 등 다양한 심리치료 방법들이 이러한 회복을 돕습니다.

결론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감정은 매우 인간적인 반응이며, 그 자체로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억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감정, 삶의 방향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망각은 때로는 보호이지만,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은 기억을 마주하고 그것을 재구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혹시 지금도 지우고 싶은 기억 때문에 힘들다면, 심리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은,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충분히 치유될 수 있습니다.